[Book]아사쿠라 아유미/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관계심리학/북라이프/일본소설

아사쿠라 아유미,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

 

'착한 아들'은 효심 깊어보이지만 '착한 딸'의 이미지는 희생적인 이미지가 뒤따르는데요. 대한민국의 여성으로서 착한 딸은 언제나 강요받아왔죠. 어려서는 의젓하고 집안일은 도와주는 착한 딸로, 부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성인이 되어서는 친구 같은 존재로 남아주길 기대합니다.

 

요즘 접하는 콘텐츠마다 모성과 모자 혹은 모녀관계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어요. 이러한 작품들의 공통적인 메시지는 '나에 집중할 것,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할 것'으로 귀결되었죠. 책을 펼치기 전 나와 부모님과의 관계가 특별히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어요. (그 전에 내가 착한딸이었나,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지만)

 

하지만 알게 모르게 부모님이 정해준 울타리 안의 규범을 지키고 있었어요. 장녀로서, 누나로서 등 수많은 역할과 지위를 정해주고는 선을 넘지 않게 지켜보는 것이 우리 부모님과 가까웠어요. 엄마와는 현재 친구 같은 존재로 지내고 있지만, 한없이 권위적일 때는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죠. 맞벌이로 인해 신경써주지 못한 것을 지나친 통금과 구속으로 해결했다고 볼 수 있어요. 고등학생 때 보이스피싱으로 집안이 풍비박살난 적이 있었는데요. 부모님은 내가 어떤 고등학교에 다니는 지는 알지만 정확히 몇 반, 몇 번인지는 몰라 수사에 진척이 늦어졌어요. 이때 부모님은 나를 방치하고 있구나.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 지원하고 있으니 알아서 잘 크고 자신의 진로를 정하기를 원하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저는 소설 속 '루이'가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았다고 봐요. 따지자면 '하루'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은 닮아있어요. 언제나 지지하면서도, 나에 대한 믿음은 불확실한 쪽에 가깝다는 결론인데요.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 깨닫는 지점처럼 어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고민거리나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어요. 복잡하고, 다양한 연대를 그리며 이어온 관계는 한 가지 지점으로 해결될리가 없기 때문이죠.

 

우리 부모님은 왜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고 결혼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 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한 적이 없어요. 소설 속 가상의 인물인 루이의 이야기를 통해 동시에 챕터 당 이어지는 조언에 따라 '엄마'라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볼 기회가 생겼어요.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바라볼 '엄마'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 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었죠.

 

프레젠테이션 경쟁에서 이겨 수주를 따냈다는 소식을 전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가족이니까 좋은 일을 함께 나누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즐겁게 일하면서 바쁘게 산다는 이야기를 하면 곧바로 언짢아했다.

‘그렇게 사니까 결혼이 늦어지는 거야’, ‘남자 이상으로 일하는 여자는 매력이 없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별로 바쁘지 않다는 듯이 말하면 주말에는 집에 좀 오라는 둥 귀찮은 잔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엄마에게 딸은 적당히 똑똑하면서 엄마 말을 잘 듣는 애완동물 같은 존재가 딱 좋은 모양이다. 엄마 친구나 주변 사람의 자녀보다 우수하길 바라면서도 내심 자신의 영향이 미치는 울타리에서 내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처음 보는 웨이터에게 애완동물 대신에 딸 자랑을 할 수 있는 정도를 이상적으로 여길 뿐,

딸이 일 에만 전념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거의 없다.

 

 

이제는 이십대 후반으로 점점 사회적으로 독립할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해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과 신념을 바로 잡을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비로소 사회적으로 위치를 자리잡고, 경제적인 독립이 되었을 때는 '결혼'에 관한 문제가 뒤따를 것이겠죠. 이 문제로 엄마와 많이 다툴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들지만,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 책은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제안해요. 답을 제시하지는 않죠. 가상의 인물을 통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엄마와 자신의 관계가 힘들다면, 서로 상처받지 않고 조금씩 멀어지고 싶다면 이 책을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