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최인호/타인의 방/문학동네/타인의 방 독후감/최인호 소설

최인호, 「타인의 방」 ★★★★★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겪게 되는 외로움과 고독함을 잘 묘사한 소설입니다. 타지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소설을 읽으며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최인호의 작품 「타인의 방」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현대인의 소외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소설입니다. 출장에서 돌아온 주인공은 보통 가장 편하고 친숙한 공간으로 느껴야 할 집에서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껴요. 소설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타인의 방」은 당시 산업화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시기에 쓰인 것으로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도시인의 초상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던 1971년은 제2차 경제개발계획과 맞물리면서 서울에 아파트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인데요. 최인호의 소설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소외감과 고립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아파트’를 사용하는 소설이 많아요. 하지만 비현실적인 사건과 묘사는 상당히 인상 깊어요. 아파트라는 공간을 잘 활용한 소설입니다.

 

우리는 이 아파트에 거의 삼년 동안 살아왔지만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소.

 

같은 아파트에서 3년을 살았지만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이웃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현대에는 보편적이지만요) 하지만 소설이 발표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관계는 다를 바 없죠. 거대도시화에 따른 익명성과 인간 소외 현상은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은둔 생활을 하던 한 여자가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기사가 생각나요. 쓰레기와 같은 사물사이에서 사물처럼 살아가고 있었죠. 기사 속 그녀의 상황과 ‘나’의 상황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요. 나아가 지금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이 건물에서도 이웃과 소통한 적은 한 번도 없기에 저 역시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소.’라고 말할 것 같아요.

 

잘 들어요. 소켓이 속삭인다. 마치 트랜지스터 이어폰을 꽂은 것처럼 그의 목소리는 귓가에만 사근 거린다. 오늘밤 중대한 쿠데타가 있을 거예요. 겁나지 않으세요?

 

이웃과 마찰을 겪은 후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는 사물과 대화해요. 위와 같은 장면은 주인공이 고독함의 극한에 다다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인간과의 단절로 인해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나, 물건과 대화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다리 부분이 경직되어 오며 사물이 되어버리는데요. ‘나’가 끊임없이 사물이 되기를 거부하면서도 좌절과 체념이 번갈아 나와요.

 

다음날 오후쯤 한 여인이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새로운 물건이 하나 놓여있는 것을 발견해요. 그 물건은 그녀가 매우 좋아했던 물건이었으므로 며칠 동안은 먼지도 털고 좀 뭣하긴 하지만 키스도 했어요. 하지만 나중엔 별 소용없는 물건임을 알아차리고 싫증이 나 다락방 속 잡동사니에 처넣어버리고 그 방을 떠나요. 소설 내용으로 보아 그 ‘물건’은 ‘남편’이죠. 자신의 남편을 물건으로 간주하는 아내의 태도가 소름끼치기도 하죠. 조금은 과장된 것 같으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계속해서 대두되는 인간소외 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는 것 같아 씁쓸해요.

 

인간이 주위 현실의 예기치 않은 변화를 목격하고 경이와 혼란에 사로잡히는 순간에 대한 묘사는 최인호의 감각적인 묘사와 비유가 당시 시대를 생각해보았을 때 신선하고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나’를 압도해올 때 이 소설을 읽는 독자역시 압도당해요. 타인의 방이라는 제목을 생각했을 때도 과연 이 타인은 누구일까? ‘나’의 입장에서 아내를 타인으로 간주했을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죠. 혹은 읽는 독자를 겨냥해 ‘타인’의 방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죠. 초현실주의 적인 이야기와 최인호의 미적인 문체가 더해진 「타인의 방」은 당시시대를 앞선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