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에두아르도 하우레기/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다산책방/말하는 고양이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서 읽었어요.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뱉기에는 이제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행복하라고 말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될 것 같은 마음에 책을 빌렸어요.

 

주인공은 10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친구의 외도 사실을 알아차리며 과로로 인해 우울증 판단을 받고, 본가는 파산하는 등 힘든 상황을 겪게 됩니다. 그 때 다가온 말하는 고양이 시빌은 그녀에게 몇 가지 훈련을 시켜요. 몇 가지 훈련 중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일어나지 않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자신만의 벽돌(방)을 세우고 가두는 것이 있어요. 저의 신념과 닿아있는 훈련이었어요. 몇 가지 사건을 경험한 후 다짐한 것은 직접 해보기 전에 겁먹지 말기, 를 다시 상기시켰어요. 그리고 그러한 신념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쁘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어요.

 

과거를 돌아보면, 아직 어린 나이지만 쉽게 겁먹고 포기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가끔은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귀찮음을 핑계로 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아서 후회가 되네요. 이 책으로 잠시나마 어떠한 활력을 가지게 되었어요.

자, 이제 뭐가 뭔지 다 알게 될 거야. 이제 이 공원의 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 모든 색깔과 모양, 소리와 향기를 관찰하고, 배고픔과 숨결, 활기차고 피곤한 몸과 예민하고 좌절한 마음까지 모두 관찰하면 알게 될 거라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마음속 모든 것을 다 열어봐. 네 자신을 그 순간에 맡기도록 해봐.

지금 이 순간을 살아봐. 고양이처럼 세상을 탐험해보라고. 준비됐어?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일에만 집중하기. 이것은 어렵고도 쉬운 말이죠. 밥을 먹을 때는 밥만 먹기. 설거지를 할 때는 설거지만 하기. 호흡에 집중하기. 산책을 할 때 빨간색으로만 이루어진 것들을 포착하기. 단식하기. 과일만 먹기. 재밌는 훈련이 참 많고, 나와 그녀에게 도움이 됐어요. 그 중에서도 채식과 관련된 부분은 꽤 흥미로웠어요. 고양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육식의 시스템은 조금 더 와닿았죠. 얼마 전 구입한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파인애플 가죽을 이용해 만든 지갑이 생각났어요. 의식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불편한 것들이 참 많지만 그것을 대체할 제품과 먹거리도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돼지고기를 3년 정도 안 먹은 경험이 있어요. 시빌의 말처럼 별로 힘들지 않았다. 같은 맥락으로 단식과 채식을 할 때 미리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본인(혹은 인간)이 정한 규칙을 지키지 못해서'라는 관점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재밌었죠. 환경 문제와 비윤리적인 도살의 시스템에 관한 내용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실제로 이 생각들을 실생활까지 영향을 미쳤어요. 종이 낭비를 줄이기 위해 종이컵을 그만 사용하기로 한 것인데요. 종이컵보다는 텀블러, 개인컵을 사용하기로 다짐했어요. 불필요한 육식을 줄이고, 비건 제품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어떤 훈련은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반대되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 조금 아쉬웠어요. 육식과 채식 등 이분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훈련은 역으로 이러한 행위가 정말 '추상적이고도 개인적인' 행복에 가까워 질 수 있는 지름길처럼 묘사하는 게 거부스러웠어요. 행복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떠한 잣대가 있으며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결말 역시 부족해요. 주인공의 개인적인 성장이 아닌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결국 인간의 성장이 아닌 여성의 행복을 그려낸 것으로 해석되었죠.

 

사랑은 잃어버리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찾을 수도 없어. 그리고 사실 사랑은 찾아내야 하는 그 무엇도 아니야.

 

결말이 엉망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행복에 대해서 고민했어요. 이런 고민이 삶의 질을 조금이나마 높여주었어요. 출근길에 조금 더 주변을 살피며 걸었고, 오늘 아침에는 같은 초록색이지만 채도와 명도가 다른 풀잎들을 관찰했어요. 그리고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업무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했어요. 이렇게 조금씩 변한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행복하니?' 라고 물을 수 있겠죠?

 

별거 아닌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이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주는 일이었다.
나와 함께 있는 고양이. 나와 여기까지, 내 세상의 끝까지 함께해준 고양이. 내게 와서 보답을 바라지 않는 사랑을 준 고양이. 지금 여기에, 고양이만이 어떤지 아는 장소와 시간에 그냥 나와 함께 있어준 고양이.
강물은 발 아래로 흘러갔고, 나는 시빌을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아무말도 없었지만 고양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얘기했다. ‘내 온기를 네게 줄게. 내 사랑을 네게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