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신경숙/외딴방/문학동네/외딴방 독후감/고전문학

신경숙, 「외딴방」 ★★★★★

외딴방. 소설을 읽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삶에서 저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이것이 외딴방을 읽는 묘미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인 ‘나’는 가슴 속 문학적 열정을 안고 살아가는 소녀로 ‘나’의 외면적, 내면적(자아)의 성장이 이야기의 주를 이룬룹니다. ‘나’의 성장의 시작은 탈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시골에서의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중 어느 날 쇠스랑에 발등이 찍히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열여섯에, 그 파란 대문 집 마루에 앉아 오빠의 편지를 기다리다가 내 발바닥 쇠스랑으로 찍어버렸던 열여섯에 나의 생은 독한 상처로 이루어지는 거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이처럼 열여섯에 어렴풋이 느낀 상처로 얼룩진 생은 시골에서 떠나 도시에서 구체화 됩니다. ‘나‘는 ‘스스로 무슨 비밀을 가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나를, 천성이 낙천적이었던 나를, 내성적으로 만들어왔다.’ 라고 말하며 상처를 드러냅니다. 상처는 성장에서 필연적으로 다가오고 그 상처를 치유하며 한 단계 성장합니다. ‘나’에게 상처는 쇠스랑에서부터 시작되어 점점 확장해나갑니다. 큰오빠를 따라 도시로 나가 공장에 취직하게 되어 외딴방에 살게 되는데요. 도시에 나가 살게 된 ‘나’의 주변으로 90년대 시대상을 잘 보여준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나’의 삶 역시 외딴방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장과 학교에서의 볼 수 있는 인물로 노조지부장, 미스 리, 윤순임, 미스 명, 최홍이 선생님, 하계숙, 미서, 김상옥, 안향숙, 희재 언니 등 여러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인상 깊은 인물은 ‘김상옥’, ‘미서‘입니다. 한 번 치약을 사면 3년을 쓴다는 김상옥은 당시 시대상을 잘 대변하는 인물로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저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헤겔을 읽으며 현실을 부정하는 미서도 인상 깊습니다. 당시의 시대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두 인물은 격정적인데요. 하지만 이와 다르게 ‘나’ 역시 현실과 갈등이 있지만 담담하게, 또는 소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나’의 모습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비추어집니다. 이러한 ‘나’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문체라고 생각하는데, 외딴방의 문체는 읽는 이의 흐름을 방해하는 문장부호(,)를 사용하여 천천히 읽게 만듭니다. 본문 중 ‘지나간 시간은 현재형으로. 지금의 시간은 과거형으로. 사진 찍듯 선명하게. 외딴방이 다시 닫히지 않게, 그 때 땅바닥을 쳐다보며 훈련원 대문을 향해 걸어가던 큰 오빠의 고독을 문체 속에 끌어올 것.’ 이라는 설명처럼, 이 소설에 가장 적합한 문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속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희재 언니’는 ‘나’에게 상처를 주는데요. 빨래를 하며 만난 희재 언니는 외딴방에 살아가는 한 인물로 ‘나’와 빠른 속도로 친해집니다. 희재 언니는 양장점 남자와 동거를 하며 결혼을 생각하지만 며칠 보이지 않던 희재 언니는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그녀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개입된 ‘나’는 큰 충격을 받아요. 희재 언니와 하던 ‘그럼 놀이’에서도 그녀의 죽음이 암시 되어 있죠.

 

‘난 잠을 자겠어. 사흘 나흘 깨지 않고 푹 자겠어.’

 

‘그럼……’

 

‘동생이 학교 졸업하고 설마 대학 간다고는 안하겠지. 안 그래?’

 

‘그럼……’

 

(중략)

 

‘모르는 소리. 이보다 더 일할 수는 없어. 하루는 24시간뿐이니까.’

 

‘그럼……’

 

희재 언니가 자살 전 했던 말로 당시의 시대에 사회에 소외된 자들의 일상과 생각, 지독한 가난과 절망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사회에서 간접적으로나마 탈출하여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아닌 자신만의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는 ‘나’는 점차 성장해가며 현재에는 작가가 되어있어요. 그리고 이 시절의 이야기를 글쓰기를 통하여 치유하고 있죠.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를 생각해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나’가 신경숙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 속,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라고 하고 묻는 질문은 이 책을 덮은 뒤에도 여운을 남겼어요. 유년시절의 상처를 과연 나는 글쓰기로 승화할 수 있을 것인가. 격정적인 시대를 살지도 않았는데? 라고 생각했던 예전 나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나’에게 외딴방처럼 모두들 ‘외딴방’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나의 외딴방을 잘 들여다보면 쇠스랑처럼 곪은 상처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상처들을 글쓰기로 승화하고 싶어요. 누군가에겐 중요하지 않은 작은 일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