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헤르만 헤세/데미안/민음사/데미안 독후감/세계문학전집

헤르만 헤세,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데미안」은 신경숙의 「외딴방」과 마찬가지로 자아의 성장이 주를 이룬 성장소설입니다. 외딴방의 ‘나’가 주변의 인물과 사건으로 인한 상처를 글쓰기로 치유했다면 소설 데미안은 ‘데미안’을 통해 무의식 속 어두운 부분을 알아가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데요. 저는 데미안을 떠올리면 수식어처럼 떠오르는 말이 있어요.

 

새는 알을 뚫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그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알을 뚫고 나온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서스.

여기서 나오는 '아프락삭스'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이 결합되는 것으로 신이자 악마이기도 합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니라 두 세계의 경계가 흐릿하여 자유로운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데미안을 통해 싱클레어가 깨닫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시 이 구절을 읽고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현실과 꿈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세계로 나와야한다. 자의든 타의든 세계로 나갈만한 힘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해석했어요. 또한 이 소설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싱클레어가 10살에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던 밝음과 어두움의 세계입니다. 위에 나오는 아프락삭스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이미 어린 나이에 마음속에 두 개의 대립적인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한 세계는 모든 것이 올바르고 깨끗하며 아름답고 지극히 이상적인 세계이고, 다른 한 세계는 모든 것이 누가 봐도 추하고, 징그럽고, 끔찍한 세계였다. 이 두 개의 세계만이 존재하는 것만을 깨달은 것이 아니라, 이 두 개의 세계가 자신에게 가까운 곳에 있고, 이 두 개의 세계가 서로 가깝게 맞붙어 있다는 사실까지도 어린 나이에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방황하기인 청소년시기에서부터 성인이 되는 과정을 쓴 책으로 이분법적인 세계에서 싱클레어가 겪는 갈등과 데미안에게 느끼는 경외심이 인상 깊어요.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도움으로 프란츠의 족쇄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자신이 데미안의 모습과 닮은 것을 인지하고 다시 악의 세계에 흡수됩니다. 그는 술을 마시며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데요.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과 사랑을 나눕니다. 그러던 중 전쟁이 발발하고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참전하게 되고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전한 뒤 에바 부인의 키스를 전해주며 데미안은 사라지죠. 이러한 결말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데미안은 실존 인물이었을까? 싱클레어의 자아 그 자체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데미안이 떠난 후에도 데미안이 말한 카인의 표적은 내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겠지만 이제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하여 성장한 싱클레어는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겠죠. 성장소설을 읽는 묘미인 주인공의 내적 성장은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며 소설을 읽는 독자도 한층 더 성숙해지는 것은 아닐까요.